2010년 4월 1일 목요일

귀농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귀농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귀농을 위한 교육과 정보, 그리고 사례

귀농은 영농 경험이 없는 도시인이 농(農)으로 돌아가(歸) 영농을 생활 기반으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사는 귀농 동향, 귀농 준비 사항, 귀농을 위한 교육과 정보, 귀농의 다양한 사례, 귀농과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 등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콘텐츠


I. 귀농, 나도 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귀농을 정의 내리기란 어렵다. 폭넓게 귀농으로 부를 수 있는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1. 귀농 정의 내리기
가장 핵심적이고 간결한 정의라고 한다면, ()으로 돌아가는() 삶을 말한다. 설령 지금 농사를 짓고 있는 귀농자라 하더라도, 돌아가고 있다는 현재진행형-운 동성에 동의한다. 그 이유는 귀농(歸 農)은 귀본(歸本)이며, 우리가 떠나왔던 삶의 근본 자리로 돌아가는 일체의 사회적 행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정의는 귀농 현장에 기반을 둔 매우 실천적인 정의라서 학술적인 정교함을 가지지는 못한다. 그러 나 귀농은 결단과 실천을 가장 핵심으로 삼는 것이므로, 중요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전국귀농운동본부로 대표되는 생태귀농운동은 이러한 정의를 활동의 기본 축으로 삼고 있다.
 
2. 귀 농, 귀촌, 창업
한편으로 귀농에 대한 정의를 일단의 연구자들과 농정 기획자들도 시도하고 있으나 매우 혼재된 양상이다. 일 반적으로 귀농과 귀촌과 창업농을 구분하고 있다.
귀농은 영농 경험이 없는 도시인들이 농촌에서 영농을 생활 기반으로 삼는 일을 의미한다. 보통 연구와 농정(農政)의 영역에서는 귀농 희망자의 연령대와 각자의 준비 정도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개념은 포괄적으로만 다루고 있다.
반면에 귀촌은 영농을 중심에 두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도시인들의 직업 또는 자본을 농촌에 접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귀촌의 경우는 최근 지역 발전이라는 과제와 수도권-지 방 양극화 문제와 맞물려 농정의 주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창업농은 청장년층이 새롭게 영농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창업농 지원 자금의 수혜 대상은 농업계 고등학교와 농과대학 등의 졸업자들과 일정한 규모 이상의 영농을 위해 투자하고자 하는 귀농 희망자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 외에 다양한 형태의 전원생활도 넓게 보아 귀농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으며, 최근에는 은퇴자들의 귀농이 사회적인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 1>은 이러한 혼재된 귀농의 정의를 요약한 것이며, < 2>는 귀농에 대한 구분을 시도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귀농에 대한 정의와 사회적 통념 사이의 간극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회적으로는 일부 소수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촌 지역의 발전과 늘어나는 귀농 인구를 생각할 때, 적어도 농정에서는 보다 정교한 기획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II. 대체 누가 귀농하는가

 

여러 언론을 통해서 귀농자들이 소개된다. 한결같이 행복하고 살 만하다고 한다. 때로는 산중의 은자(隱 者) 같기도 하고, 때로는 사업가나 운동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귀농의 경향은 정말 너무도 다양하다. 

 

1. 최근 귀농 동향

이 글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평범한 도시인들의 귀농이다. < 3>은 지금까지 조사된 가장 공식적인 통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통계는 영농 규모와는 상관없는 자료이며, 주 소지 이전을 한 귀농자를 기본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집계한 것이므로 이 통계 바깥의 귀농자도 상당 부분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제한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1998년부터 3년간은 국가 외환 위기 이후로 많은 도시인들이 귀농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시기였다. ‘귀농 정착 자금융자 지원이 부분적이나마 시행되었으며, 표 에서 보듯이 그 수도 상당하다. 그러나 융자가 없어지고 다소 경제가 안정되고 나서는 급격히 귀농자 수가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농촌 현장과 일선 공무원들은 이때 귀농한 사람들의 지속적인 정착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집계된 통계는 없다.

 

2. 귀농의 새로운 경향 : 생 태귀농

다른 시사점은 2004년 이후로 귀농자 수가 증가하는 부분이다. 이 시기는 사회적으로 귀농에 대한 오해가 거의 해소된 시기이다. 귀농은 도시에서 실패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오해는 사라졌다. 또한 이른바 웰빙 열풍이 본격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먹을거리에 대한 중요성과 아토피 같은 질병의 근본적인 대처법은 농촌의 깨끗한 자연환경이라는 인식이 널게 퍼진 시기이다. 아울러 이 시기부터 농정과 농정 연구에서 귀농과 귀촌이 부각되고 지방자치단체들도 귀농자 유치를 공식적으로 시도하게 된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전국귀농운동본부로 대표되는 생태귀농운동의 역할이다. 1996년 창립된 ()전국귀농운동본부는 생명농업운동-농 민운동-환경운동 단체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비영리 시민단체로서, 생태귀농학교를 통해 귀농 희망자들에 대한 기본 소양 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사실상 귀농이라는 단어가 사회적으로 일반화된 것은 ()전국귀농운동본부의 창립부터라고 볼 수 있다. 최 근 생태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농촌에서 좌충우돌하며 버티는 귀농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전국귀농운동본부의 역할이 크다.  

  [()전국귀농운동본부 홈페이지]

 

 

III. 귀농,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는가

 

도시에서 귀농을 준비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완벽한 준비란 불가능하다. 사실 대부분은 농촌 현장에서 시골 마을에서 배우고 새로 정립해야 할 것들이다. 다만 몇 가지 관점을 가지고 정보를 얻고 정리하면서 가능하면 귀농교육기관을 찾는 계획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귀농 준비 단계의 유의할 사항>
어떤 일이든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사전 정보가 중요하다. 그러나 귀농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우선 관점이 필요하다. 이유는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은 대부분 과장된 것이거나 개인의 긴 준비 과정을 무시한 요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몇 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8가지는 관점이면서 동시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실천적인 행동 수칙이자 준비 원칙이라고 볼 수 있다.
 
① 귀농하고자 한다면, 지 금 당장 텃밭 농사-주말 농사를 시작하자
귀농을 해서 백 평 농사를 하건 만 평 농사를 하건, 무언가를 심고 거두게 될 것이다. 도시 생활 내내 흙과 멀어진 채로 살다가, 귀 농을 하면 그때 가서 거창하게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이라면 문제가 있다.
재를 묻혀서 심는 씨감자의 경험, 알이 맺히지 않는 배추 농사의 경험은 부지런하면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이다. 여건을 탓하지 말고 좀 멀어도 좋으니, 아이들과 주말마다 교외로 나가 보자. 옥상이 있다면 화분에 고추나 배추를 심어 보자. 지하철에서 스포츠신문을 볼 때가 아니다. 영농 서적을 외우듯이 읽어 보자. 5평 농사의 풍성함을 만끽해 보자. 귀농의 필수조건이다.
 
② 준비 기간 동안 귀농교육을 받고, 내가 원하는 정보를 좁혀서 모으라
도시에서 귀농 준비를 하는 순간 귀농은 이미 시작되었다.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운영하는 생태귀농학교에 참여하면 많은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를 얻게 된다. 간혹 귀농교육을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물론 강의나 다른 이들의 사는 이야기보다는 내가 직접 부딪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농사만큼은 혼자서 되는 일이 없다. 농사는 원래 하늘이 짓는 것이고, 이웃에게 도움을 받지 않으면 시작할 수도 없다. 하늘이든 이웃이든,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는 농사건 귀농이건 불가능하다.
귀농과 관련된 정보나 영농 정보도 넘쳐난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인터넷 덕분에 정보의 홍수라, 오히려 옥석을 가리는 일이 더 힘들 지경이다. 그 중에 내가 원하는 정보만 집중해서 찾고 스크랩해 보자. 정작 귀농해서는 자료나 정보를 폭넓게 모으는 일이 쉽지 않다. 철을 쫓아 사는 일로만 하루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준비하는 두툼한 자료 뭉치는 분명히 큰 자산이 된다.
 
③ 철학적 고민, 시대와 호흡하는 정신적인 무장이 중요하다
귀농은 삶의 전면적인 전환이다. 단순히 샐러리맨에서 농부로 직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나와 내 가족의 생활양식이 농촌 생활에 어울리게 변해 가는 과정 속에서 무수한 철학적 고민이 뒤따른다.
예를 들어, 도시 친구들에게 감자 한 박스를 팔아 보자. 아 무리 친한 친구라 하더라도 그 친구는 나의 수고와 땀을 모른다. 감자가 알이 작다느니 남아서 썩었다느니, 속 썩는 이야기를 듣기 십상이다. 어쩌다 생산을 많이 해서 시장에 내다 팔아 볼라치면, 시 장에 비집고 들어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농민들이 왜 수확 철에 더 속이 터지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게다가 수해나 태풍이라도 얻어맞으면? 그래도 나는 귀농을 행복하다 할 것인가? 그 때 나의 준비된 철학, 단단한 가치관이 필요하다.
귀농이라는 그림을 그리는 도화지는 시공을 초월한 순백의 종이가 아니다. 바로 오늘의 힘겨운 농촌과 무너져 가는 농업, 그 위에다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민을 가서 농사짓고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부터 달리 생각하고 공부해야 한다. 우리 농업-농촌의 역사와 현실과 미래를 고민하되, 애정을 가지고 해야 한다.
 
④ 귀농을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접근하면 해답 찾기가 어렵다
결론적으로, 귀농을 해서 도시 생활과 같은 경제적 수준을 유지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자연이 주는 수많은 기쁨과 혜택이 또 다른 수입이다. 이걸 누릴 수 있으려면 앞서 말한 철학적 고민이 받쳐 주어야 한다. 도시에서는 의식주와 건강 문제, 교육 문제에 들어가는 돈이 밑도 끝도 없다. 모두 돈과 맞바꾸어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농촌에서는 다르게 접근할 수 있고 풀 수 있다.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엄청나게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도시 생활을 고스란히 이동한 귀농을 생각하면 자금은 수억이 들 것이다. 도시에서 바쁘게 일하던 것처럼 농촌에서도 일하려고 한다면, 우선 좀 멈추어 보시라 권하고 싶다. 귀농 설계는 그곳에서 다시 해야 한다. 물론 도시에서의 설계도 필요하지만, 농촌에서는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특히 땅 사는 일, 집 짓는 일은 되도록 천천히 신중하게 하자. 귀농은 치킨집 신규 창업과는 전혀 다르다.
 
⑤ 농사로 돈 벌 수 있다는 생각은 일단 접고 출발하자
간혹 농업을 통한 성공 사례가 소개된다. 그러나 농사꾼 1~2%의 특출 난 사례가 우리의 것이 되기는 어렵다.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꿈도 꾸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다. 그런 분들의 경우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한다. 아니면, 정말 시기적절한 아이템이 있어야 한다. 귀농을 하려는 이들은 그 줄의 맨 끝에 서 있다.
농사는 투기가 아니다. 한 탕으로 되는 농사는 없다. 사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귀농을 하지 않아야 한다. 수십 년 유기농업을 하시는 선생님들 가라사대, 돈 버는 작물은 없다. 땀 흘린 만큼만 거두고 먹는다는 진리에만 충실하면 된다. 귀농을 해서는 돈을 번다는 개념이 달라야 한다. 자 급자족만 할 수 있어도, 좀 거칠게 말하면 ‘시골에서 붙어 있을 수만 있어도’ 성공적인 귀농이라고 귀농자들은 말한다.
그래도 미련이 남는다면, 이를테면 소를 규모 있게 키우거나 시설작물 같은 것을 해 보고 싶으시다면, 좀 천천히 바닥부터 일을 익힌 후에 투자를 하시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 프로 농사꾼들이 자기 노동을 최대한 들여서 농사지어도 될까 말까 한 일이다. 농업은 계산 잘해서 투자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며, 거 기 내 땀이 깃들어야 한다.
농업 소득에 관해서 유념할 일은 유통에 관한 문제이다. 뼈 빠지게 농사를 지어도, 제때 제값에 팔지 못하면 그만큼 허탈한 일이 없다. 귀 농자들은 어떤 면에서는 유리한 면도 있다. 도시 연고를 잘 활용하면 되지만, 그게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 유통망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농민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작목반에 가입하거나, 유기농 생산자로 인정을 받아 생협이나 한살림 생산자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을 채우려면 게으를 수가 없다.
농사로 돈 버는 방법! 그 어떤 작목이든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능 력이 있으면 가공을 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친지든 조직이든 든든한 유통망에 기대라는 말 외에 더 보탤 말은 없다.
 
⑥ 농촌에는 농사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농촌에서 직업을 이어 가자
귀농을 하게 되면 꼭 농사를 지어야 할까? 꼭 농사꾼이 되어야만 할까? 아 니다. 농촌에는 농사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귀 농도 농사를 지어야만 귀농은 아니다. 시골에서는 그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도, 10평 채마밭 가꾸는 일은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예를 들면 더 좋을 것 같다. 우 선 교사들은 그런 면에서는 유리하다. 부부 중의 한 사람이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일을 하면 여러모로 수월한 법이다. 아내는 읍내에서 약사로 근무하고 남편은 농사꾼으로 땀 흘리는 부부들도 있다. 남자들은 지역 내의 농업 관련 활동을 전업으로 할 수도 있다. 영농조합법인이나 생산자공동체 사무 일을 보거나, 트럭을 몰고 배송을 하러 다니는 귀농자들도 있다. 수 입도 수입이지만, 지역 정보를 두루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자들은 여성농업인센터 등에서 방과 후 아이들을 지도하거나, 면사무소에서 농민들 컴퓨터 교육을 계약직으로 하기도 한다. 여하튼 이런 일들은 도시에서 일을 해 온 귀농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농촌에는 젊은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농번기에 품을 팔거나 산불 감시원 등을 할 수도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마을 일원으로서 충분히 인정을 받아야 가능하고, 생활의 보조 수단이다. 그 리고 위에 언급한 일들도 얼마든지 기쁜 마음으로 매이지 않고 자원봉사로 할 수 있다. 하 지만 몇 평 농사이든 평수는 상관없이, 역시 귀농은 역시 내 농사가 제 맛이다.
 
⑦ 지역 관공서나 기관 및 조직을 적극 활용하자
귀농을 지원하는 안정적인 지원 시스템은 없다. 스스로 돌파해 나가야 한다. 시골 면사무소는 도시의 동사무소와 같은 레벨이지만, 농촌 생활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면사무소 직원과 통하면 상당한 지역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농업기술센터의 역할도 무시 못한다. 도시에서야 가급적 관공서 안 가는 것이 좋은 일이지만, 농촌은 관공서와 친해질수록 좋다. 실질적인 귀농자 지원 방안은 각 면 단위에서 쥐고 있다.
농촌의 특징은 무수한 민간 조직이 있다는 것인데, 웬만한 촌부들은 이장이나 무슨무슨 모임 회장을 안 해 본 분이 없다. 생활과 직결되는 작목반부터, 대체 무슨 일들을 하는지 알 길 없는 동호회와 오래된 농촌 조직들이 있다. 이를 활용할 수 있다면 정착에 도움이 된다. 후견인들을 얻는 것이다.
귀농자들은 붙박이 농민들과는 달라서, 좋은 교육이 있다면 전국 어디든 달려간다. 또 도시에서의 경험 때문에 무슨 박람회니 교육이니 하는 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대충 알아본다. 근래에는 모든 군에서 친환경농업 육성을 과제로 삼고 있어서, 상당한 교육과 투자를 하기도 한다. 여기 잘 참여하고 활용하기만 해도 의외의 수확을 얻을 수 있다.
 
⑧ 귀농지 선정은 연고지와 인맥을 적극 활용하자
귀농지 선정만큼 막막한 일이 있을까 싶다. 심지어 지도를 펴고 눈 감고 찍은 곳부터 돌아보았다는 분도 있다. 어디를 어떤 방식으로 다녀야 내 귀농지를 찾을 수 있을까?
고향으로 귀농을 할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한다. 고향을 피하는 이유야 알지만, 고향은 또 다른 면으로 품어 주는 곳이다. 이제는 농촌 어르신들의 귀농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아는 귀농자가 있는 지역이면 좋다. 귀농자의 마음은 귀농자가 아는 법이다. 서 로 의지할 수 있다. 그런데 꼭 주의할 점들이 있다. 우선, 귀농자라고 해서 나를 도와줄 의무는 없다. 그런데도 용케 인연을 얻어 귀농자와 함께 마을을 돌아보고 술 한잔 나누게 된다면 정말 감사할 일이건만, 당장 내 목표가 급하다고, 그 런 소중한 인연을 허술하게 생각하고 마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한번 만난 귀농자와는 자주 안부도 묻고, 농산물도 앞장서서 팔아 주면서 더 깊이 만나기를 바란다. 행여 사귀기도 힘들고 할 이야기가 없을까 걱정 마시라. 농사 이야기만큼 사시사철 무궁무진한 주제가 어디 있으랴.
그 외 몇 가지 요령은 있다. 우선, 대상 지역을 최대한 좁히는 것이 좋다. 하나의 군만 집중 공략하라. 지역 부동산 정보지 같은 것도 활용하고, 면 사무소 직원을 잘 만나면 같이 다니기도 한다. 마을 이장을 찾아갈 때는 빈손 말고 음료수 한 박스는 사 들고 가기 바라고, 그 지역 토박이 농사꾼을 알면 제일 좋다.
우선 땅은 빌려서 농사를 짓기를 권하고 싶다. 마을 어른들은 한 해 농사하는 것 보고서야, 이 사람이 농사를 짓겠다는 것인지 아닌지를 믿는다. 그러니 첫해 농사는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 잘하는 것이 아니라, 열 심히 하면 된다. 그 다음부터는 농지를 빌려 주겠다는 사람, 내 땅을 싸게 사라는 사람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 리고 일 년이면, 옆 마을이나 산 너머 마을 정보도 얻게 된다. 사실 일개 면 범위의 정보면 충분하건만, 우 리는 천여 평 농지를 얻기 위해 전국을 헤매는 것이다
땅을 사는 일과 집을 짓는 일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촌 생활 속에서 얻는 정보는 살아 있는 정보이다. 또 살면서 내가 어떤 형태의 귀농을 할 것인가가 좀 더 구체화되면, 농지와 집에 대한 시각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실제로 많은 귀농자들이 거처를 옮긴다. 밀려 나는 경우도 있지만, 더 좋은 선택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귀농지를 찾는 일은 배필을 찾는 일과 같다. 아주 극적인 인연이다. 노력하는 필연과 하늘이 내리시는 우연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내 맘에 꼭 맞는 귀농지는 없다. 직업상 수백 동네를 다녀 보았지만, 집과 농지와 산과 물이 어우러진 정말 기막힌 곳이라 생각한 집은 서너 군데에 불과하다. 고 향은 어디인가? 정들면 고향이다. 나 의 귀농지는 어디인가? 정들면 그곳이 최고의 귀농지가 된다. 

 

IV. 귀농을 위한 교육과 정보

 

정보를 모으는 일이 물론 중요하지만, 정보는 앞서 말한 관점에 따라서 취사선택하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모든 정보를 모은다고 유용한 것이 아니다. 뚜렷한 가치관과 관점 아래에서 귀농 정보는 재해석되는 것이다.

[생태귀농학교의 귀농합숙교육 프로그램의 교육 장면] 

1. 생태귀농학교

그동안 교육기관으로 ()전국귀농운동본부 http://www.refarm.org의 생태귀농학교가 유일했다. 전북 남원의 실상사 귀농전문학교는 역사가 오래된 귀농합숙교육 프로그램이다. http://www.indramang.org/hanlife

생태귀농학교의 커리큘럼은 다양하다. 귀농을 위한 준비 항목만큼이나 다양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으며, 현장 실습과 졸업생 모임 등 후속 교육과 현장 교육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 커리큘럼은 아래와 같다.

지금 왜 귀농하는가?(귀농의 관점 세우기) / 공생의 경제 살림의 경제(귀농 경제에 대한 관점 세우기) / 생 태 위기의 극복(농촌의 환경과 생태 문제) / 자 립하는 복합 영농(귀농 영농 계획 세우기) / 흙 을 살리는 길(친환경 유기농업 토양 관리) / 심 은 대로 거두는 밭농사(기본 밭작물 농사 기초) / 귀농과 여성(마을과 여성의 문제) / 스스로 자라는 아이들(귀농과 자녀 교육) /귀농 길라잡이(귀농 준비 매뉴얼) / 음식이 몸을 고친다(농촌에서 건강하게 생활하는 지침) / 농가의 살림살이(귀 농자 살림살이) / 생태적인 주거 문화(집 짓기와 농가 주택 수리하기) / 귀농 선배와의 만남(선 배 귀농자와 대화하기) / 마을 만들기(농 촌 마을의 활동) / 밥상을 살리는 농도 공동체(도 시 소비자로 귀농을 준비하기) / 성공하는 귀농 워크숍(조별로 준비하는 귀농 연구)

 

2. 귀 농 영농교육: 정부 지원 교육

그러나 최근에는 보다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우선 도시 귀농 희망자들을 위한 온라인 콘텐츠가 있다. 정부 투자 기관인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에서 운영하는 한결이네 귀농일기라는 동영상 강의를 http://www.agriedu.net 에서 만날 수 있다. 귀농 준비부터 자금 계획까지 꼼꼼한 기획으로 준비된 방대한 분량의 온라인 교육이며, 누구나 무료로 접속할 수 있다. 이 사이트는 국내의 모든 농업 관련 교육을 총망라하고 있으므로, 귀농교육 외에도 다른 작목별 교육도 살펴서 참여할 수 있다.

2007년부터 정부 지원으로 농업 창업 교육 프로그램이 국비 합숙 교육으로 진행되고 있다. 천안 연암대학교 http://www.uiturn.com 에서는 채소재배기술 교육을 4개월간 시행하고 있으며, 여주 농업경영전문학교 http://www.yeoju.ac.kr 에서는 과수 농사를 3개월간, 국립 한국농업대학 http://www.kn.ac.kr 에서는 버섯 재배기술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 교육들은 귀농을 준비하는 도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 과정이다.

 

V. 귀농의 다양한 사례

 
누구나 귀농자의 사례를 간접적이나마 경험하고 싶어 한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귀농 사례란 아이들 교육하는 사례만큼이나 주관적이며 천차만별이다.
 
1. 계간 『귀농통문』
1996년 이후로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출판하는 계간지 『귀농통문』 안에는 다양한 귀농자들의 사례와 사연들이 들어 있다. 현재 이 책은 회원들에게만 발송되고 있으므로, 우선 단체의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2. 귀 농 추천 도서
()전국귀농운동본부가 펴낸 책들과 관련 도서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각 도서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이나 ()전국귀농운동본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VI. 귀농에 대한 두려움과 극복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은 대개 두 가지 두려움을 가진다. 첫째, 농 사를 지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둘째, 개방된 농촌 마을의 정서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인가?

 

1. 귀 농과 생계

앞서 언급한 대로, 농 사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일단 접어 두는 것이 옳다. 그 기준을 도시 근로자의 수준으로 둔다면 < 5>에 제시된 대로 간단히만 살펴보아도 78%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이 통계는 기존의 농업 기반을 갖춘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보는 통계라는 것이다.

귀농자들은 결정적으로 3가 지가 없거나 부족하다. 첫째, 자본이 부족하다. 농가의 농업자본은 한두 해에 투자된 것이 아니며 여러 해에 걸쳐 정책 자금에 힘입어 조성된 것들이다. 특히 주거 문제와 토지 구입이나 용역에 들어가는 자본까지 고려한다면, 농가의 농업자본은 기존 농업인들과 귀농자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둘째, 기술이 부족하다. 농사 기술은 30, 40년의 숙련된 농부와 비교할 수 없다. 기술은 토양-수질-기후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그 지역에서 수십 년 살아온 사람들의 축적한 경험과 기술은 따라갈 수 없다. 결론적으로 무조건 배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셋째, 인 맥이 부족하다. 겨우 아는 친척이나 선배 귀농자 한둘 뿐이다. 반면에 지역 농업인들은 모두 어린 시절부터 서로 집안 내력까지 꿰뚫고 있기 때문에,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귀농자와는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귀농자들의 농업 소득은 농업인 평균 1,200만 원에 미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최근 투자 대비 산출을 보자면 농업 소득은 평균 600만 원 또는 그 아래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생계의 문제를 당장 풀어야 하는 경우라면, 대개의 농업인이 그렇듯이 농업 외 소득을 늘려 가며 살아가야 한다. 현실적으로 많은 귀농자들이 그렇게 지역에서 적게나마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부정기적인 일들을 하고 있다. 이것은 냉정한 현실이다.

 

2. 귀 농과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

궁극의 귀농 성공은 마을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마을 주민들은 < 6>에서 보듯이 60세 이상이 40%가 넘는다. 따라서 도시와 농촌 정서의 문제도 있지만, 거기에 더해서 세대 간의 소통 문제도 존재한다.
 
 
 
흔히 텃세라고 하는 것은 존재한다. 모든 생명은 텃세를 부린다. 농촌 마을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농촌에 대한 애정을 가진 귀농자라면, 그 애정이 전달된다면 그 텃세는 완화되며 결국 나의 방어막이 되기도 한다. 다음은 농촌 생활 속에서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를 위한 열 가지 지침이다.
 
① 두려움을 진실하게 전달하라
사실 농촌생활은 잘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것 투성이다. 사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낯선 환경이 두렵다. 그 두려움을 풀어 줄 선생님들은 바로 이웃의 농민들, 지 역 주민이다.
두려움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많이들 웃을 것이다. 걱정도 팔자라고 하면서 그다지 친절하게 답해 주지도 않을 것이다. 사실 그건 그렇게 고민하고 두려워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 분들의 오랜 삶으로 답하고 있을 뿐이다. 살 다 보면 다 알게 되는 것이, 농촌의 지혜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② 무엇을 배려할지보다 어떻게 배려할지를 생각하라 
농촌에서 만나는 분들이 호의를 보인다면 정말 기쁘게 받아들여야 한다. 도시에서 익숙한 대로 나의 일과 스케줄이 우선이라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호의에 대해 성의껏 받아들이고, 때로는 불편하고 불필요한 호의일지라도 관계와 소통을 위한 귀한 시간임을 꼭 명심해야 한다.
아마도 시골 분들은 도시에서 온 사람이 내 도움을 받았다는 것에 무엇보다 흡족해할 것이다. 부탁해도 부족한 판국에 먼저 다가온 호의를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하게 여기면, ‘내 도움 따위는 필요 없는 사람’이 되어 두고두고 그 후유증이 남는다.
 
③ 인간미 넘치는 약점을 드러내라
약점을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다. 누구나 얕보이기 싫어한다. 그 러나 농촌에서 우리들은 어쩔 수 없는 약자다. 무지한 것 투성이다. 다 아는 것처럼,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당장 호미질쟁기질조차 요령이 있고, 그 요령은 어디서도 배울 수 없고 아랫집 할머니에게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강 단 있게 사는 것과 약점을 솔직히 보이며 상대에게 다가올 여지를, 도움을 줄 여지를 주는 것은 다르다. 약점은 묻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모르는 것을 자꾸 묻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④ 상대와 감정을 공유하라
최악의 상황은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것이다. 이웃이 망친 농사에 대해서 한마디 거든답시고 “이렇게 해 보지 그랬어요?” 라고 하는 순간 관계는 틀어진다. 그분의 감정은 지금 어떻겠는가? 어설픈 도시민들의 눈으로는 그깟 농사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분들은 거기서 나온 소득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줄줄이 있다.
지금 농촌은 신음하고 아파하고 있다. 이제 하도 농촌이 살기 좋다고 말하니, 어디서 말도 못하고 끙끙대고 있다. 농민의 감정과 공명하는 것은 너무도 중요하다.
 
⑤ 당신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정확하게 밝혀라
이것은 의외로 중요한 문제다. 사실 귀농자들은 마을에 조성된 유무형의 모든 혜택들을 공짜로 얻는 셈이다. 도시와는 전혀 다르게, 원래 주인이 있었고 마을 회의를 거쳐 갈등을 극복하고 지금까지 이어진 것들이다. 그걸 얻는다는 것은 이익을 얻는 것이다.
내가 집을 짓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도 다 누군가의 덕택이다. 그러니 “이런저런 덕분에 제가 이렇게 집을 지을 수 있군요.” “이런저런 덕분에 쓸데없이 낭비하지 않고 농사 요령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서로에게 정확하고 신뢰가 간다. 간단한 형광등 하나 갈아 드려도 고마워하는 노인들에게 “제가 이렇게 도움이 되어 다행입니다.” 하고 밝히는 것이 소통이다.
 
⑥ 상대의 직업에 대한 정보를 얻어라
앞서도 말했지만, 농촌에서는 농사일이 대화의 전부이다. 그런 데 농사에 관해서는 모두가 전문가이다 보니, 사실은 서로 농사에 대해 왈가왈부할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 와중에 귀농자가 농사에 대해 묻고 관심 있어 하면 정말 끊임없는 정보가 이어져 나온다. 체계적이지 않고 가르쳐 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이해하기는 어려울지라도 귀한 이야기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사일, 농업정책, 지역의 농업 현황, 기타 유익한 정보 등 보수적이고 나이 드신 지역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미리 공부하는 것이 좋다. 알면 알수록 대화의 폭과 깊이가 다양해진다. 화제가 쌓일수록 관계는 좋아진다.
 
⑦ 상대가 즐겨 쓰는 표현에 귀 기울여라
농사 용어란 것이 귀에 설어서 처음에는 입에 잘 붙지 않는다. 지역의 고유한 지명이나 모임이나 모두 그렇다. 사투리일 수도 있고 잘못된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틀린 표현조차 같이 쓰는 것이 같은 마을 사람이다.
“저 산길 위에 거기 큰 감나무 서 있는 데 있잖습니까?”가 아니라 “저 위 윗배미에 까치가요‧‧‧.” 이렇게 말한다면, 당연히 다 알아듣는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마을 사람의 어법이다.
 
⑧ 처음부터 ‘우리’라는 관계를 강조하라
우리 마을, 우리 학교, 우리 마을회관, 우리 이장님, 우리 부녀회장님. 먼저 우리라는 표현을 쓰면 좀 어색하겠지만, 내 가 그곳에 뿌리박고 살다가 그곳에서 묻히길 원한다는 마음으로 내려간 곳이라면? 나를 막아 줄 울타리가 이곳이요 이 사람들이다.
 
⑨ 등 뒤에서 칭찬하라
시골의 특징은 정말 말이 빨리 돈다는 데 있다. 워낙 변화가 별로 없는 곳이라서, 약간의 변수는 쉽게 관심사가 된다. 하물며 마을에 새로 온 사람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게 모르게 관심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도움을 받은 사람 칭찬을 다른 분에게 하면 사흘 내로 온 마을에 퍼지고, 예의 있고 경우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그 칭찬을 받은 분이 사흘 뒤에 막걸리 사 들고 웃으며 찾아올 것이다.
 
⑩ 상대가 VIP라면, 그 가족도 VIP
VIP라는 표현은 비즈니스 용어이지만, 농촌 마을에서 만나는 누구나 VIP요 선생님으로 모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어떤 아이가 마당을 기웃거리다 뭘 깨뜨렸다고 치면, 그 아이는 누구의 아이든지 동네 아이다. 과하게 야단을 치는 순간 그 아이 가족과는 어색한 관계가 된다.
약간은 다르지만 비슷한 예로, 읍내 식당에서 마을 이야기를 해 보아야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좁은 농촌 사회는 한 다리 건너로 다 연결되어 있다. 뒷 자리 누군가가 우리 이장님의 동창이거나 사촌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차라리 칭찬만 하는 게 낫다.

(참고로 위의 10가지 지침은 레일 라운즈가 지은 토네이도 출판사의 『The Art of Winning People to my side』 에서 일부 제목만 발췌한 것이며, 2007 10월 희망제작소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임)

 

VII. 귀농은 진정 원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몇 년 사이에 여러 언론 기사를 보면, 넉넉히 10년 뒤에는 귀농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50%가 넘는다. 정말 놀라운 수치이기는 하다. 그 러나 상당히 허수라고 볼 수 있다. 귀농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다.

귀농은 진정으로 원하고 열망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한두 가지 검토해 보아서 이 정도면 시도해 볼 만하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귀농은 순전히 몸으로 사는 일이기 때문에, 그 것도 혼자가 아니라 온 가족과 함께 풀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현재 한국의 농업농촌의 현실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기 때문에, 귀농은 한두 가지 검토해서 시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당신이 귀농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고서 우선 시작해야 할 일은, 앞서 말한 정보들을 차근차근 되짚고 요약 정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마음을 비우는 일이 필요하다. 좋아 보이는 이미지들로만 채운 헛된 욕심을 부리면 귀농할 수가 없다. 당신의 욕심은 농촌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매우 부정확한 욕심이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것이 있다. 나는 왜 귀농하려고 하는가? 그 질문이 출발이다.

이 진천
봄내살림 (춘천친환경농산물유통사업단)의 前 (사)전국귀농운동본부 사무처장
강원 춘천

댓글 없음:

댓글 쓰기